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와 닿는 말들이 있습니다. 내게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대외적으로 존경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봉사 단체에서 회장도 하시고, 상패도 종종 받아오셨더랬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할아버지'였을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성용아." "네, 할아버지." "비가 오는 날에 바다에서 수영해 본 적 있니?" "아니요. 비가 오는 날에 왜 수영을 해요. 비에 다 젖겠어요." "기분이 정말 좋단다. 이왕에 비에 젖었으니까 기분 좋게 수영할 수 있는 거란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할아버지가 비 오는 날 바다 수영을 하시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깊게 남았던 모양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의 나는 그 말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비가 내리는 건 바다에 있으면 아무 일도 아니란다. 네게 쏟아질 힘듦, 괴로움, 시련들도 커다란 인생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즐거움이 된단다.’라고.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떠나셨습니다. 사고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하고. 내가 할아버지와 함께 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하고. 내게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모종의 의식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누워계셨을 때도, 장례식장에도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은 내가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는 할아버지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신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비가 오는 날이면 어느 외국의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계실 것만 같았습니다. 뭍에 있는 나를 돌아보며 ‘기분 참 좋다. 이리로 들어와 봐라.’라고 말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내게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2020년 6월 첫째 주 여름을 맞이하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브런치, 1 min read 그렇게 풀고 뜨기를 반복하며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갔다. 얼마 후, 내가 원하는 모습의 가방이 완성됐고, 처음 뜨개질을 하며 생겼던 '잘못된 부분'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마치 내가 잘못 만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 원하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내가 고치기로 마음먹는 다면,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지워낼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일이 뜨개질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세상 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씩만 주어집니다. 인생이 뜨개질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만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슬픔과 아픔을 기쁨과 함께 간직하는 것이 우리가 평생토록 해야하는 세상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오늘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추천드립니다. 유재하의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의 노래는 담담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길 위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 들 때면 이 노래가 듣고 싶어져요.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노래. 여러분도 그런 노래가 있으신가요? P.S 1. 이번 목요일에는 'xyzorba_book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를 보내드립니다. 2. 금주부터 팟캐스트를 시작합니다. 우리 곧 오디오로 만나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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