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1. 봄입니다. 이토록 혼란한 시기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를 탄 것처럼 불안하지만 차창 사이로 햇빛은 따스히 내립니다. 2. "해가 지날수록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세계로 모시는 일에는 품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미 모셔온 이들을 대접하기에도 손이 많이 가죠." 이슬아 수필집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몇 번이고 입 속으로 되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해의 내 심정과 같았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모시는 일보다는 모셔온 이들을 어떻게 더 대접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차린 것은 없지만 아무쪼록 오늘도 맛있게 드셨으면...'이라는 말이 멋쩍은 참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만든 '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옅게나마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세계에 찾아와 무엇을 대접받고 무엇을 남기며 떠날까. 쾌락과 고통의 회전 속도가 별처럼 빠른 시대에도 우리는 왜 사소한 편지에 마음을 써야 하는가. 이런 고민에 평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진하는지 알게 된다면 나를 처량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어제는 꼬박 14시간을 잠들어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할 정도로 긴 꿈을 꾸었는데 일어나 보니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허무하면서도 내가 그토록 신경 쓰고 벌벌 떨어왔던 시간들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심했습니다. 죽음도 이와 같을까. 내가 살아온 시간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에는 그간 분투했던 감각만이 남아있어서, 그것이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것에 우리는 안심하게 될까. 이런 생각을 깊이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단지 꿈과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런 증상을 '인생 멀미'라고 부릅니다. 멀미는 시각 정보와 다른 감각 정보의 괴리로 일어납니다. 쉽게 말하면 눈으로는 별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평형감각은 자꾸만 '크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뇌는 혼란스러워하고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내가 정의한 인생 멀미란, 머리는 당장 처한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마음은 '실은 모두 덧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할 때 발생랍니다. 그럴 때면 출근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에도, 사무실에 앉아서도 그저 멍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내 앞에는 당장 해야 할 과제가 겹겹이 쌓여있지만, 이걸 해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생각에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됐습니다. 멀미 증상을 멈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깥바람을 쐬거나 눈을 감고 자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보통 잠자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바람을 쐬야겠습니다. 4. 그래도 봄입니다. 봄이 오면 좋은 생각을 해야지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하고 새 옷을 사야지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세상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봄이 왔습니다. 슬퍼도 웃으며 반겨야 하는, 양버즘 나무도 허름한 껍질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맞이하는 봄이 왔습니다. 2020년 3월 마지막 주 봄볕 아래에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yes24, 3 min 봄이에요. 사월이고요. 사월이 너무 좋아서, 단 하루도 슬프게 지내지 않을 거예요. 나무를 실컷 보겠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린잎이 ‘어린 잎’으로 보내는 때는 아주 짧아요. 금세 지나가죠. 작년 봄에 박연준 시인이 쓰신 칼럼입니다. 단 하루도 슬프게 지내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마음을 울려 가져왔습니다. 사계절이면 각각 4분의 1씩 공평하게 가져간 셈인데, 봄은 왜이리 짧게 느껴지는 걸까요. 봄이에요, 사월이고요. 당신은 이번 봄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어찌 보면, 봄에 나는 죽어 있던 게 아니라 누구보다 살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인지 모른다. 아무도 잃기 싫어서, 뺏기기 싫어서,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서 기운찬 봄의 활력으로 스스로를 가득 채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몸부림쳐도 떠나가는 것들을 붙잡지는 못했다. 봄을 좋아하시나요. 이런 질문이 이상해보일 수도 있지만, 봄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은 시작의 시기이자 좌절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혹은 모두가 피어오르지만 나만이 떨어지는 박탈감의 시기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그럼에도 봄을 좋아합니다만, 당신은 봄을 좋아하시나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이 찾아와줘 처음 목소리를 들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입니다. 故 김광석을 생각하며 쓴 가사라고 하네요. 외로움과 그리움을 말하는 노래이지만, 왠지 봄에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봄바람 같기도 하고 햇볕 같기도 한 음색 덕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아직 바람이 쌀쌀한 와중에도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음악입니다. P S 이번주 목요일에는 'xyzorba_book :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을 보내드립니다.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그럼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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