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작은 기쁨을 꿰어 1. 문득 익숙했던 풍경이 처음 만난 것처럼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예를 들면, 산책을 하던 중 내가 걷고 있는 다리 아래로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곤 한다. 어디에선가 강물이 끊임없이 내려오고 또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이다. 수면 위에 여러 새들이 머물고 있는 모습도 그렇다. 이토록 도시화된 세계에서도 새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 몇십 년 혹은 몇백 년은 그 자리를 지켰을 나무들도 존엄하게 생각된다. 바스락거려서 모두 말라죽은 것 같은 나무도 봄이 오면 푸른 잎을 피워낸다. 시내에서는 더욱 생경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부터 청년, 어르신까지 다양한 시간을 건너온 사람들을 바라보면, 각자 얼마나 많은 기쁨과 고통의 나날을 품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문제에 직면해있을 것이다. 간절한 소망과 좌절 사이에서 체득한 자신만의 용기를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고유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그들이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그들의 삶이 밀도 높게 느껴져서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다. 2.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다. 대학시절 소규모 다큐멘터리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한 번은 다 함께 인사동에 출사를 나갔는데, 교수님은 아주 자그마한 것들을 찍으셨다. 예를 들면, 어느 골목에 있는 전기 계기판을 찍는 식이었다. 거기에는 거친 손글씨로 '안동찜닭(안산시청) 031-955-****'라고 적혀있었다.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내게 교수님은 말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누군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들고 적고있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냐고, 그것도 안산에서 올라와 인사동을 구경하던 중 문득 자신의 가게 번호를 써야겠다고 떠올린 그 마음을 상상해보라고 말이다. 그는 사진이란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드러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사진을 찍으려면 익숙한 풍경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3. 요즘 나의 일상은 조용하고 일정하게 반복된다. 재미있는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느끼는 날이 많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낯설게 보는 눈이다. 우리 주위에는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깃들어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새롭게 내리쬐는 햇살,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화분 속 허브, 케이크를 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우리는 그들에게서 찾은 작은 기쁨을 꿰어 삶을 엮어나가야 한다. 2022년 2월 7일 일상 속 충만함을 찾고 싶은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인터뷰] “늙어도 욕망 줄지 않아... 살아있으려면 사랑하라” - 반복을 ‘정체된 전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같은 자리로 계속 파고들어 가야만 위대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요. 특별히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 ‘반복’이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반복에는 두 가지 면이 있어요. 하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끔찍한 루틴 또하나는 정반대로 인생을 계속해서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팬데믹 때문에 우리 삶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첫 번째 반복이 지속했었죠.
그러나 좋은 의미의 반복은 숨은 재능을 찾게 해줍니다. 자신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프루스트도 고유한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자기를 베끼고 또 베끼면서 천재성을 갈고 닦았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발견했고요.” 오늘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인터뷰를 소개해드립니다. 그는 최근 '나이듦'을 주제로 책을 출간했는데요. '삶은 늘 영원한 도입부'라는 말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삶의 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일상 속의 '반복'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말하는데요. 요즘 일상도, 글쓰기도 의미 없이 반복된다고 느끼던 저에게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인터뷰는 질문과 답 모두 버릴 것이 없이 충실합니다. 나이듦과 삶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 이번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OurR(아월) - 잠 이 고요와 부는 바람 아스라이 떠가는 달 또 어제와 수많은 밤 잠 너머로 사라진다 오늘은 아월의 '잠'을 소개해드립니다. 꾸준히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그들이 가진 음악 세계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아월(OurR)은 2018년에 데뷔한 3인조 인디 밴드입니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허스키한 목소리, 넓은 음악 스펙트럼에 반해서 한동안 찾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21년 10월에 "잠"이라는 싱글을 냈더라구요. 잠 못 드는 밤에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꿈을 꾸는 듯한, 차분하고 몽환적인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P.S • 목요일에 새로운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업로드 돼요.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는 제커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특별한 댓글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이번 목요일(10일)에 메일로 자세한 소식 전해드릴게요. • 오프라인 모임을 고민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등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부지런히 고민하여 3월 중에는 자세한 계획을 전해드릴게요. •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진다고 해요. 눈이나 비가 내리는 곳도 있으니 일기 예보를 미리 확인하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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