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팟캐스트를 녹음하던 중 '싫어하는 것이 많은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 혼자 속이 찔렸습니다. 내가 그동안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일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싫어하는 것들은 줄줄이 읊을 수 있는 반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쩐지 어설프고 서툴러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먼저 나는 새책 냄새를 좋아합니다. 이것이 가장 첫 번째 항목이라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지만 정말입니다. 새책 냄새가 인쇄 잉크, 낱장을 이어 붙이는 접착제, 책 표지에 쓰이는 코팅지 등에서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묘한 냄새는 내 마음을 놀이터의 어린아이처럼 뛰게 합니다. 나는 어려서 서점 주인을 부러워했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새 책을 산다는 건 내게 아주 큰 일이었기 때문에,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소중히 모셔오는 일련의 과정과 감각은 내게 긍정적인 기제로 남아있는 듯합니다. 또한 나는 맥주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다른 종류의 술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입에 대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맥주의 맛을 알았던 건, 대학 동기가 기네스 드래프트 생맥주를 사주었을 때였습니다. '맥주란 괜히 비싸기만 하고 배부른 것'이라는 나의 관념을 깨뜨린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맥주의 세계에 입문하던 중, 싱가포르의 어느 펍에서 수제 맥주를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탄산이 적고 아로마 홉향과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에일 맥주는 '세상엔 아직 내가 모르는 좋은 것들이 많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기념비적인 한 잔이었습니다. 나는 안목 바다의 쓸쓸한 벤치를 좋아합니다. 나는 버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음악을 좋아합니다. 나는 노견의 흰색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가을 햇살의 따뜻한 색깔을 좋아합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 부는 미지근한 바람을 좋아합니다. 나는 단골 가게의 주인과 눈인사를 하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나는 우리가 음악도 없이 춤을 추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얼굴이 붉어지고 말이 빨라지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내가 바라는 모습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더는 살아갈 마음이 없다는 사람에게 나는 이런 소망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엔 내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으므로,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2020년 12월 둘째주 첫눈이 내린 날에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나는 말했다. 더 많이 보는 사람의 황홀과 고통에 대해. 그리고 비밀을 가진 사람의 불안과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를 괴롭히는 동시에 구원하기도 할 다양한 비밀들에 대해. 부디 글쓰기라는 작업이, 그 비밀을 혼자 품느라 너무 크게 다치지 않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읽기]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은 아름다움도, 불안함도 타인보다 더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만약 너무 많은 불안을 안고 있다면 어디론가 쏟아낼 곳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는 그런 우리들에게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우리도 괜찮다고요. 언젠가 우리는 많은 것들을 함께 볼 수 있을 거예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시간을 한번만 돌릴 수 있다면 차가운 손을 잡고 내 방으로 너를 이끌래 안된다는 그 말대신 너를 안아줬더라면 상처주지 않았을텐데 오늘은 기린의 'Step To You'를 소개해드립니다. 올해 10월에 발매된 <The Town>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기린은 스스로 '뉴잭스윙' 아티스트로 소개하며, 90년대 특유의 감성을 지닌 음악을 만들어왔습니다. 아마 그 시절 음악을 좋아하셨다면, 전주부터 마음에 와 닿으실 거라 생각해요. 가끔 아련한 감정이 그리울 때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해 질 무렵의 한강에서 부르는 라이브 영상도 멋져요. 뭐랄까, 첫사랑, 첫 이별... 이런 단어들이 생각나요.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뉴스레터는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는 '연말에 보면 좋은 영화'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2. 모두들 보셨나요. 드디어 첫눈이 왔어요. 한겨울 추위도 곧 몰려온다고 해요. 늘 그렇듯, 건강에 유의하세요.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일상 에세이, 글, 음악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