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 생각들은 손톱처럼 자꾸만 자라난다. 떨쳐내기가 어렵다. 글로 옮기지 않으면 계속 내 안에 머물러 있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열차 밖을 바라보면 철로를 따라 자갈들이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끝없이 쌓여있는 수천 개의 자갈들을 보면서, 나 또한 저것들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면 묘하게 안심이 되면서도, 어쩐지 서글퍼졌다.
2.
어떤 단어는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내게는 '양가적'이라는 말이 그랬다. '양가적'이란 동일 대상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는 것.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동시에 멀어지고 싶은 것. 그런 감정은 스스로 설명해 낼 수 없기에 혼란을 겪게 된다. 나는 그런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그런 걸 '양가적'이라고 하는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들 그랬구나, 했다.
3.
나무를 삼십 분 이상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은 분명 쓸쓸한 사람일 거라 생각해 본다.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면서도 같은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꼭 나를 닮았다고, 나는 삼십 분 이상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나무는 가장 초라할 때 봄볕을 맞이한다. 나도 봄볕을 기다린다.
4.
누군가의 눈동자를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건 참으로 신비로운 체험이다. 처음에는 눈동자의 색깔이라든지 생김새 같은 것이 보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곧이어 의식이 사라지고 눈동자의 깊고 검은 공간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한다. 누군가의 눈동자를 그토록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잘 없다. 사랑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