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33년간 당신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렇게 직접 말을 전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모질게 굴었던 것을 사과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버림받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건 당신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언제든, 어느 상황이든 옳다고 믿고 있는 말과 행동을 할 것이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믿음이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자신이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애쓰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말은 조금 쑥스럽지만, 당신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입니다. 허세를 부리지도 않고 무언가를 자랑하는 일도 없죠. 당신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들어주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계가 궁금해서,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질문합니다.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대화가 끝날 때도 많습니다. 다음번에도, 그다음 번에도 당신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단단한 마음이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부디 바꿀 수 없는 것에 애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욕망은 조미료 같은 것입니다. 적당히 뿌려주면 맛이 살아나지만, 너무 많으면 전부를 버리게 됩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늘 건강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