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건강해질수록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줄고 있다. 불안을 동력으로 글을 써온 밑천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마다 애매한 글을 썼다. 오늘은 하는 수 없이, 미처 에세이가 되지 못한 글 조각들을 나열해본다.
1.
한 달 전에 중고장터에서 사 온 나무가 시들시들하다. 잎이 하나둘 빠지더니 이제는 서너 잎만이 애처롭게 매달려있다. 아무래도 과습이 원인인 듯하다. 물을 너무 자주 주었다는 얘기다.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때로는 무언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떨어진 잎사귀를 보며 생각했다.
2.
골목을 걸어가다 보니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 카페의 투명한 문을 통해서 흰색 강아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끌리듯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산한 시간인지 손님이 없었다. 나는 콜드 브루 한 잔을 주문하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흰색 강아지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가 벗어놓은 외투의 냄새를 맡았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는 듯싶더니 이내 내 손을 간지럽게 핥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엎드려 간식을 마저 먹는다. 그 모습이 평화로워 보여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3.
최근 운동을 무리하게 한 모양이다. 며칠이 지나도록 근육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운동을 좋아하는 직장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내게 근육이 생기는 원리를 설명해주었다. 근육은 수많은 가닥의 근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많이 움직이면 근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된다. 상처를 입으면 새살이 돋아나듯, 근섬유는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하고 커진다. 즉, 근육에 있어서 통증은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니 기쁘게 여기라는 것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4.
우리가 쇼펜하우어에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거대한 바다에서 물방울이 튀었다.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순간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 짧은 시간에 물방울은 참으로 다채로운 모양으로 나타난다. 물방울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고 나면, 곧이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바다로 다시 돌아간다. 흔적도 없이, 거대한 바다의 일부가 되며 사라진다. 물방울이 튀는 찰나의 순간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인생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 온 힘을 다해 미워했을 것이다. |